전북대·KIST, 1m 섬유전지 개발

전북대·KIST, 1m 섬유전지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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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를 넣기 어려웠던 공간이 전원으로 바뀔 수 있을까요. 전북대학교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공동연구팀이 길이 1m의 섬유형 아연전지를 제작하고, 반복 굽힘 1만 회 뒤에도 초기 용량의 89.8%를 유지하는 전극 제조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실처럼 휘어지는 배터리를 실제 웨어러블 기기와 피지컬 인공지능(AI) 장치에 적용하기 위한 핵심 장벽 가운데 성능 저하와 짧은 제조 길이를 동시에 다뤘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번 연구에는 김정길 전북대학교 이차전지공학과 교수, 정현수·김남동 KIST 전북분원 박사, 이진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임형규 강원대학교 교수가 참여했습니다. 연구팀은 섬유형 아연전지의 음극 소재와 연속 생산 공정을 함께 설계해 실험실 수준의 짧은 전극을 넘어 실제 기기에 활용할 수 있는 미터급 제조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 섬유형 배터리의 핵심 난제

섬유형 배터리는 복잡한 곡면을 따라 배치하거나 좁은 공간에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웨어러블 전자기기, 스마트 의류, 전자피부는 물론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 주변과 프레임 내부처럼 기존의 딱딱한 배터리로는 활용하기 어려운 공간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가 기기의 외부에 별도로 붙는 부품이 아니라, 직물이나 구조물 자체에 녹아드는 전원으로 바뀌는 셈입니다.

다만 수계 아연전지는 물 기반 전해질을 사용해 화재와 폭발 위험이 낮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충·방전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덴드라이트가 자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덴드라이트는 나뭇가지처럼 뻗는 아연 결정으로, 전지 효율과 수명을 낮출 수 있습니다. 특히 원통형 섬유 전극은 평면 전극보다 전기장과 이온 흐름이 불균일해지기 쉬워 아연이 고르게 쌓이지 않는 문제가 더 커질 수 있으며, 기존 섬유형 아연전지의 길이가 대체로 10cm 안팎에 머문 점도 실제 적용의 제약이었습니다.

💎 탄소나노튜브로 아연 증착 제어

연구팀은 산소 기능기를 도입한 탄소나노튜브를 높은 수준으로 정렬하고 치밀하게 집적해 복합 섬유 음극을 만들었습니다. 산소 기능기는 아연 이온이 안정적으로 흡착되는 활성점으로 작용하며, 나노튜브 사이에 형성된 미세한 골짜기 구조는 아연이 특정 지점에 집중되지 않고 여러 위치에 고르게 증착되도록 돕습니다.

이 구조는 덴드라이트의 성장을 억제하는 동시에 수소 발생과 부식 반응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개발된 음극을 섬유형 양극과 결합한 완전전지는 800회 충·방전 이후에도 초기 용량의 85%를 유지했습니다. 이는 소재 설계가 단순히 초기 성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반복 사용에 따른 성능 저하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줍니다.

💎 성능과 생산 길이를 한 번에 확보

연구팀은 소재 개발과 함께 연속 전기도금 시스템도 구축했습니다. 섬유 공급, 사전 습윤, 아연 도금, 세척, 건조, 권취 과정을 하나의 생산 흐름으로 연결해 균일한 아연 복합 음극을 제조하는 방식입니다. 전극을 짧은 조각으로 만든 뒤 이어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길게 이어지는 소재를 연속 처리한다는 점에서 생산 확대를 위한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공정으로 제작한 섬유형 아연전지는 길이 1m에 달했습니다. 또한 반복 굽힘 시험에서 1만 회 변형 후 초기 용량의 89.8%를 유지했습니다. 800회 충·방전 성능과 1만 회 굽힘 내구성은 각각 전기화학적 수명과 기계적 유연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섬유형 전원이 실제 사용 환경에서 마주할 두 가지 부담을 분리해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 피지컬 AI 전원의 조건

미터급 섬유 전극은 용도에 맞춰 자르거나 직조하고, 다시 감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마트 의류와 웨어러블 센서, 전자피부, 구조 일체형 전자기기의 분산형 전원으로 연결될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피지컬 AI 기기에서는 센서와 구동부가 신체나 구조물 곳곳에 배치되기 때문에, 전원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기존 방식보다 공간에 맞춰 나누어 배치하는 기술이 중요합니다.

다만 이번 결과가 곧바로 대량 상용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는 생산 속도와 전극 균일성, 장기간 반복 변형에 대한 안정성을 더 검증해야 합니다. 실제 제품에서는 굽힘뿐 아니라 마찰, 세탁, 땀과 습기, 충전 안전성 등 다양한 조건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연구 성과의 다음 관문은 실험실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연속 공정의 처리량과 품질 편차를 얼마나 관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김정길 교수는 “향후 연속 생산 공정기술을 고도화해 웨어러블 전자기기뿐 아니라 피지컬 AI 기기의 형태와 공간에 최적화된 전원 기술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남동 KIST 박사는 “이번 연구는 섬유형 아연전지의 핵심 난제인 덴드라이트 성장과 제한적인 제조 길이를 소재와 공정 기술의 융합으로 동시에 해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와 산업 측면의 시사점은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만이 아니라 전원의 형태와 제조 방식으로 경쟁 축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섬유형 전지가 상용 제품에 들어가려면 유연성, 수명, 안전성, 연속 생산성이 함께 충족돼야 합니다. 이번 연구는 그중 두 핵심 과제에 수치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는 실제 웨어러블과 로봇 구조물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가 기술 가치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배터리가 기기 안에 들어가는 부품을 넘어 기기의 형태 자체가 되는 시대를 열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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