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퇴출은 한일 자본시장의 공통 과제지만, 일본 도쿄증권거래소(TSE)는 속도보다 제도 설계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법원의 제동까지 받으며, 시장 정비와 기업 보호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 5년의 유예기간이 만든 차이
TSE는 지난해 9월 그로스 시장의 상장유지 기준을 기존 상장 10년 후 다만 실제 시행 시점은 2030년 3월로 정해 약 5년의 준비 기간을 뒀습니다. 기업과 투자자가 새 기준에 적응할 시간을 확보한 점이 제도 정착의 핵심입니다.
💎 시장 이동이라는 퇴로
TSE는 2022년부터 시장을 프라임·스탠더드·그로스 세그먼트로 나누고 역할을 구분했습니다. 그로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이 스탠더드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 상장폐지 외의 선택지를 마련했습니다. 실제로 상당수 기업이 스탠더드 시장으로 옮기며 시장에 남을 기회를 확보했습니다.
한국은 지난해 1월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았지만, 올해 시가총액 기준을 높인 뒤 상향 주기를 연 1회에서 반기로 줄였습니다. 이후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절차가 흔들렸습니다. 거래소가 법원 결정이나 판결이 있을 때 상장폐지를 유예할 수 있도록 시행세칙을 고친 것은 제도와 사법 판단의 충돌을 줄이려는 조치입니다.
💎 남은 과제와 시장의 질문
일본 역시 스탠더드 시장으로의 이전이 규정 우회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사와무라 히로유키 스미토모 미츠이 트러스트은행 팀장은 그로스·프라임에서 스탠더드로 바꾸는 기업이 늘었고, 상장폐지 기업도 연간 약 100건 이상으로 2년 연속 이어져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핵심은 기준을 높이는 일만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춘 시장 이동과 충분한 준비 기간을 함께 설계하는 데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필요한 것은 일본 제도의 외형을 그대로 복사하는 일이 아니라, 코스닥 승강제 도입 논의와 법원 판단까지 반영한 단계적 구조입니다. 시장 정화와 투자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퇴출 기준, 유예 절차, 이전 상장 경로를 하나의 체계로 묶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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