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을 앞두고 있는 배우 이순재(89)가 스스로 필생의 무대라고 밝힌 연극에 오른다. 6월 1일 개막하는 연극 리어왕에서 단독 주연을 맡은 그는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셰익스피어 작품을 꿈꾸지 않겠냐며 즐겁게 막바지 채비 중이다. 이번 리어왕은 총 러닝타임만 3시간 20분인 데다가 셰익스피어 원작 대부분을 그대로 살린 고전인 터라 유난히 독백과 방백이 많았다고 한다. 방대한 분량의 대사를 외우는 게 힘들 법 한데 노장의 배우는 그 부담감을 이번에도 성실함으로 이겨냈다. 석 달 전부터 외우고 또 외우는 작업을 반복한 것.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묻는 질문엔 1970년대 초에 올렸던 연극 시라노 드 베리주라크를 시작으로 장르별, 시대별로 막힘없이 술술 풀어놓기 시작해 녹화장의 스텝들도 놀랄만한 기억력을 과시했다. 90을 넘기면 그때나 좀 한가해질까 싶다며 미국에 있는 외손주 대학 졸업식을 가보고 싶단 기대감을 엿보인 천상 할아버지의 모습을 엿보이기도 했다. 국민 배우에서 대중의 선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이순재. 그의 인생 키워드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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