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설비 감축에서 제품 전환으로 구조개편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지만, 아직은 기대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업계는 반도체·자동차·배터리·친환경 소재 등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매출 구조는 여전히 범용제품 의존도가 높아 변화 속도가 더딘 편입니다.
기술개발 후 안정적 양산까지는 수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범용사업의 빈자리를 얼마나 빠르게 고부가 제품으로 채우느냐가 실적 회복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신용평가와 업계 분석에 따르면, 2025년까지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 8곳 중 스페셜티 매출이 50%를 넘는 기업은 없으며, LG화학이 4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SK피아이씨글로벌도 각각 35%, 34%로 아직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일부 업체는 스페셜티 제품이 아예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과 중동의 증설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계에 부딪힌 기존 성장 전략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중국은 2019년 약 2700만톤이던 에틸렌 생산능력을 지난해 5800만톤으로 두 배 이상 늘리며 자급률을 높이고 있으며, 정책적 지원과 대규모 통합단지 건설로 증설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중동 역시 저가 원료와 공정 혁신을 통해 수입 나프타와 수출에 의존하는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에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설비 감축만으로는 장기적 수익성 회복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빠르게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들로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손꼽힙니다. LG화학은 자동차, 가전, 의료용 ABS와 전기차용 SSBR, 반도체용 IPA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하며, 2030년까지 약 20조원 규모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양극재 사업이 적자를 지속하는 등 과제도 남아 있으며, 여수·대산 NCC 재편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롯데케미칼 역시 첨단소재(스페셜티) 비중 확대를 위해 자동차·전자용 SP컴파운드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강화하고 있으며, 올해 2분기에는 첨단소재 부문 매출이 1조1551억 원, 영업이익은 1325억 원을 기록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율촌 컴파운딩 공장 연내 준공과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롯데정밀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신사업도 차기 성장 동력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다만, 대산·여수 NCC를 완전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 지배 구조를 유지하는 만큼, 범용사업 위험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적 난제와 투자 기간이 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신규 제품의 인증과 양산까지 5~7년 이상 소요되며, 인증 후 공급 물량은 제한적이어서 초기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국이 고급 폴리올레핀과 전자화학품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가운데, POE(프로필렌옥사이드) 수출단가가 2022년 톤당 약 2500달러에서 지난해 1270달러로 하락하는 등 가격 경쟁력도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이처럼 제품 전환이 쉽지 않은 가운데, 업계의 성과는 기술력과 공급관계의 확보 여부에 좌우됩니다. 공급 과잉을 줄이는 감산이 아니라, 범용사업의 현금창출력을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고객 인증과 가동률, 전사적 이익 기여도를 입증하는 기업들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기술과 고객 기반을 갖춘 기업들이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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