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CO홀딩스가 서호주 포트헤들랜드에 약 4조원 규모의 열간성형철(HBI) 공장을 세운다는 관측에 대해 아직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회사가 현재 진행하는 단계는 사업 타당성 평가이며, 실제 투자 여부와 사업 구조, 실행 일정은 모두 미정입니다. 숫자만 보면 대형 프로젝트지만, 현재로서는 확정된 사업이라기보다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선택지를 검토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POSCO홀딩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서호주 포트헤들랜드의 HBI 생산 프로젝트 타당성을 현재 평가하고 있다”며 “실제 투자, 구체적인 사업 구조나 실행 일정과 관련해 결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발표는 시장에 알려진 4조원 투자설과 회사의 공식 의사결정 사이에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 HBI가 필요한 이유
HBI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한 직접환원철(DRI)을 조개탄 모양으로 굳힌 철강 원료입니다. 고로 대신 전기로에서 철을 생산할 때 활용되며, 철광석의 환원 과정에서 석탄 대신 천연가스나 수소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전통적인 고로 공정에서 벗어나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철강업계의 전환 과정에서 HBI는 원료와 생산설비를 연결하는 중간 고리 역할을 합니다.
POSCO그룹은 궁극적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 전 단계로 전기로 조업 확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광양제철소에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전기로가 건설되고 있습니다. 전기로에서 고품질 철강을 생산하려면 일정한 품질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므로, 해외 HBI 생산 거점은 단순한 원료 구매처를 넘어 생산체계 전환의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 44억 호주달러 프로젝트의 구조
호주 정부 심사 자료에 명시된 예상 총사업비는 약 44억 호주달러이며, 원문 기준 약 3조9600억원입니다. POSCO 자회사인 포트헤들랜드 아이언(PHI)이 사업을 주도하고, 사업성 검토에는 일본 Marubeni와 대만 China Steel Corporation(CSC)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세 회사는 연간 300만~350만 톤의 철광석을 가공해 2031년부터 연간 200만 톤의 HBI를 생산하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초기 환원제는 천연가스이며, 이후 경제성이 확보되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의 사용 비중을 늘릴 계획입니다. 이 단계적 설계는 현재 기술과 비용의 현실을 반영합니다. 처음부터 전면적인 수소환원 방식으로 진입하기보다 천연가스로 생산을 시작한 뒤, 수소 가격과 공급 인프라가 갖춰지는 만큼 공정을 바꾸는 방식입니다. 다만 그린수소 전환은 전력 조달, 생산비, 저장과 운송 인프라가 함께 해결돼야 성립합니다.
💎 인허가는 진전, 착공은 아직
규제 절차는 일정 부분 진척됐습니다. 호주 연방정부는 지난 7일 포스코의 포트헤들랜드 철 생산 프로젝트 1단계에 대해 환경보호·생물다양성보전법(EPBC Act)에 따른 조건부 승인을 내렸습니다. 앞서 지난 4월 서호주 주정부의 환경 승인도 확보했기 때문에, 부다리 전략산업단지 내 공장 건설과 관련한 주요 환경 심사는 일단 통과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인허가가 곧 착공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원주민과의 협의, 부지 확보, 건설 관련 추가 허가가 남아 있습니다. 또한 합작 파트너사 간 최종투자결정(FID)을 통해 지분율과 자금 출자 규모, 원료 조달 비용을 확정해야 합니다. 대규모 설비 사업에서는 공장 건설비보다 장기간의 원료 가격과 에너지 비용, 탄소 저감 설비 운영비가 수익성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 투자 시사점과 남은 과제
이번 사안의 핵심은 4조원이라는 금액 자체보다 POSCO홀딩스가 저탄소 철강 원료의 공급망을 직접 확보하려는지를 확인하는 데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철광석 생산지와 가까운 서호주에서 원료를 가공해 운송 효율을 높이고, 전기로 확대에 필요한 HBI 조달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반면 최종투자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자금 부담과 파트너별 역할, 천연가스 및 그린수소 비용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확인 가능한 사실은 ‘대규모 투자가 확정됐다’가 아니라 ‘POSCO홀딩스가 HBI 생산 거점의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관련 인허가 일부를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시장이 확인해야 할 핵심 지표는 FID 시점, 참여 기업별 지분과 출자액, 연간 200만 톤 생산 목표의 유지 여부, 그리고 천연가스에서 그린수소로 넘어가는 구체적인 조건입니다. 탄소중립 철강 전환은 구호가 아니라 원료·에너지·자본을 동시에 맞추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이 이번 검토의 본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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