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황 전지가 가진 가장 큰 약점은 높은 에너지 저장 능력이 아니라 반복 충전과 방전에서 빠르게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포스텍 연구팀이 이 문제를 겨냥해 500회 충·방전 뒤에도 초기 용량의 80.4%를 유지하는 음극 보호막을 개발했습니다. 드론과 도심항공교통(UAM)처럼 무게와 에너지 효율이 동시에 중요한 분야에서 리튬황 전지의 활용 가능성을 넓힐 기술적 단서가 제시된 셈입니다.
포스텍은 이상민 배터리공학과·신소재공학과 교수가 이끈 연구팀이 박준우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으며, 결과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 9월 9일자에 게재했다고 5일 밝혔습니다. 연구의 핵심은 리튬황 전지 내부에서 발생하는 이온의 이동 방향을 전기장으로 조절하는 데 있습니다.
💎 리튬황 전지의 약점, 셔틀 효과
리튬황 전지는 양극에 황(S), 음극에 리튬(Li)을 사용합니다. 황은 가벼우면서도 단위 질량당 저장할 수 있는 전하량이 많아 현재 리튬이온전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소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 때 황 화합물인 폴리설파이드(LiPSs)가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폴리설파이드는 전해액에 녹아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가며 배터리 내부 재료와 전해액을 손상시킵니다. 이른바 ‘셔틀 효과’가 발생하면 활성 물질이 손실되고 전지 성능이 낮아지면서 수명도 짧아집니다. 리튬황 전지가 높은 에너지밀도라는 장점을 갖고도 실제 제품으로 확산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전기장으로 이온의 길을 나누다
연구팀은 폴리설파이드를 한곳에 붙잡아 음극 손상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전기장을 만드는 강유전체를 활용했습니다. 먼저 강유전체 고분자인 β-PVDF(poly(vinylidene fluoride))로 리튬 음극 위에 보호막을 형성했습니다. 이후 높은 전압을 가하는 ‘코로나 폴링(corona poling)’ 공정을 적용해 막 내부의 작은 전기 극, 즉 쌍극자를 한 방향으로 정렬했습니다.
여기에 불소를 입힌 질화붕소(FBN)를 더해 정렬된 쌍극자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보호막 안에 전기장이 형성됐고, 양전하를 띠는 리튬이온은 음극 방향으로 이동시키는 한편 음전하를 띠는 폴리설파이드 이온은 밀어내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비유하면 리튬이온에는 통로를 열고 폴리설파이드에는 차단벽을 세운 방식입니다.
내부 전기장으로 이온이 움직이는 방향을 골라 조절하도록 설계한 것이 핵심입니다.
이상민 교수는 내부 전기장을 이용해 이온의 이동 방향을 선택적으로 제어한 점이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파우치셀에서 확인한 실용성
성능 결과는 실험실 수준의 소재 평가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해당 보호막을 적용한 리튬황 전지는 500번 충전과 방전을 반복한 뒤에도 처음 용량의 80.4%를 유지했습니다. 또한 실제 제품과 비슷한 파우치셀에 적용했을 때 무게 1kg당 465와트시(Wh)의 에너지를 담았습니다.
특히 연구팀은 적은 전해액과 높은 황 함량을 적용한 파우치셀 조건에서도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이는 리튬황 전지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수명 저하 요인을 줄일 수 있는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이번 결과만으로 드론이나 UAM용 상용 배터리의 내구성, 제조 비용, 안전성까지 모두 검증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대형 셀과 다양한 운용 환경에서 성능을 반복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가벼운 배터리를 향한 다음 단계
리튬황 전지는 소재 자체의 무게 부담을 낮추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모빌리티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밀도만 높고 수명이 짧다면 실제 산업에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이번 연구는 전극 소재를 단순히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전지 내부의 이온 이동을 정밀하게 관리해 수명 문제에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결국 상용화의 관건은 한 번의 높은 성능 기록이 아니라 반복 사용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균형입니다. 리튬황 전지가 실험실의 유망한 소재를 넘어 하늘을 나는 모빌리티의 전원으로 자리 잡으려면, 이번 보호막 기술이 대형화와 제조 공정에서도 같은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다음 검증 과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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