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가 더 이상 처리 비용을 발생시키는 폐기물이 아니라, 2차전지 산업의 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원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박원종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에너지산업산림위원장은 11월 4일 열린 우주첨단소재국 소관 행정사무감사에서 “폐배터리 재자원화”를 지역 2차전지 산업의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현장 기업이 체감하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번 발언의 핵심은 단순히 규제를 줄이자는 데 있지 않습니다. 배터리 생산부터 사용, 회수, 재처리, 원료 재공급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지역 산업 안에 정착시키자는 제안입니다. 제조시설을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고,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물류와 처리 비용까지 낮추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 목표 20%, 실적은 10% 미만
박 위원장은 정부가 2030년까지 폐배터리 재자원화 비율 20%를 목표로 세웠지만, 현재 실적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목표와 실적 사이의 간극은 기술 부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폐배터리를 어떤 기준으로 분류할지, 운반과 보관을 어떻게 관리할지,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을 어떤 법적 지위로 볼지에 따라 기업의 비용과 사업 속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광양 등 현장 기업들은 폐배터리를 고부가가치 원료로 전환하고 있지만, 복잡한 폐기물 분류와 중복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산업단지 입주 규제가 일부 완화돼 국가산단 안에 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이 들어설 기반은 마련됐지만, 실제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여전히 제도적 장벽이 남아 있다는 설명입니다.
🔄 생산시설보다 중요한 회수망
박 위원장이 강조한 ‘선순환 사이클’은 폐자원이 회수된 뒤 저렴한 원료로 다시 공급되는 구조를 뜻합니다. 이 과정이 안정되면 원료 조달 비용을 줄이고 제품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회수 물량이 충분하지 않거나 유통 단계가 지나치게 많으면, 재활용 기술이 있어도 원가 절감 효과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는 소재·부품·장비를 주력으로 삼는 지역이 단순 생산시설 유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연구개발을 수행하지 않더라도, 유통 단계를 줄이고 기업 간 연결을 강화하는 유통망 개선에 집중하면 현장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접근입니다. 이는 행정기관의 역할을 기술 개발자보다 산업 생태계 조정자로 재정의한 제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재·부품·장비를 주력으로 삼는 우리 지역은 단순 생산시설 유치에 그쳐선 안 됩니다.”
소재·부품·장비를 주력으로 삼는 지역은 단순히 생산시설을 유치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 제도 정비와 안전관리의 과제
이길용 우주첨단소재국장은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안전관리 및 유통 수단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나주 혁신산단에 종합지원센터를 마련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종합지원센터가 실제로 기능하려면 기업이 폐배터리를 맡기고, 상태를 확인하고, 재사용 또는 재활용 경로를 선택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가 명확해야 합니다.
또한 내년 7월 시행되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전기차 재사용과 재활용 체계가 정비될 예정이며, 우주첨단소재국은 다른 분야에서도 폐배터리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규제 완화책을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자동차용 배터리를 중심으로 제도가 정비되더라도 산업용 저장장치 등 다른 사용처까지 제도 적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는 별도의 과제로 남습니다.
📌 산업 경쟁력의 기준이 바뀝니다
폐배터리 재자원화는 환경 정책과 산업 정책이 만나는 분야입니다. 규제가 지나치게 복잡하면 기업 투자가 늦어지고, 반대로 안전 기준이 충분하지 않으면 화재와 오염 등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핵심은 규제를 일괄적으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안전과 추적 관리는 유지하면서 폐기물 분류와 행정 절차의 중복을 줄이는 데 있습니다.
박 위원장은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 중복 규제를 꼽으며, 우주첨단소재국이 중앙부처를 상대로 현장 요구를 적극적으로 전달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번 논의가 의미를 가지려면 규제 완화라는 선언을 넘어, 회수 물량·운송 기준·재활용 원료 품질·기업 간 거래 방식까지 구체적인 실행 체계로 이어져야 합니다. 결국 지역 2차전지 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공장을 세우느냐보다, 사용이 끝난 배터리를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다시 산업의 원료로 돌려놓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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